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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더/작업중(作業中)

남대문시장 상인들 <04>

장미꽃보다 더 예쁜 '웃음꽃' 파는 꽃시장 노부부 

 

남대문시장 대도꽃도매상가 '광주꽃집' 김현수.손기순씨 부부

 

 

 

국내에서 본격적인 꽃 소비가 생겨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천주교 수도사들이 미사에 봉헌할 꽃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남대문시장 한복판에는 꽃도매 상가가 있다. 시장 규모면에서는 강남 고속터미널 3층에 있는 꽃도매 시장이 가장 크다. 하지만 꽃도매의 원조는 남대문시장이다. 19603월 남대문시장에서 40여 명의 상인들이 처음 노점에서 꽃시장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해 10월 대규모 화재를 만나 C동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1968년 겨울 또다시 대형 화재가 일어나 꽃시장은 현 진양상가 자리에 있던 삼원상가 지하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는 E-월드 상가 3층에 자리하고 있다.

 

손님들을 맞고 있는 손기순씨.

 

백합꽃의 꽃술을 일일이 떼어내고 있는 김현수씨.

 

 김현수(70)·손기순(68)씨 부부는 남대문시장 꽃도매상가에서 꽃집을 하고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광주꽃집1번 출입구 초입에 있다. 부부는 오래전 장충동에서 2년 정도 꽃집을 하다가 남대문꽃도매상가로 옮겨 왔다. 꽃시장이 문을 여는 새벽 3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일한다. 일 년 중에 학교 졸업과 입학시즌이 가장 바쁠 때다. 꽃을 좋아해서 시작한 꽃장사가 올해로 40년째를 맞고 있다.

 

 

 

 

상가에 있는 70여개의 점포는 면적이 거의 같았다. 4평 정도의 크기다. 통로 바닥보다 조금 높은 곳에 꽃을 종류별로 진열해 놓았다. 장미꽃, 용담초, 아스토메리, 백합, 노무라, 글라디오라스, 안개꽃 등 종류도 다양했다. 그중에 장미가 가장 많았다. 장미도 품종에 따라 색깔과 크기가 달랐다. “사람에게도 이름이 있듯이 장미꽃에도 이름이 다 있습니다. 리바이브, 헤라, 카렌쟈, 차밍, 노바, 블루트...” 부인 손씨가 웃음 띤 얼굴로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 지켜본 부부의 꽃집에는 유난히 손님이 많았다. 출입구에서 가까운 이점도 있었지만 늘 웃음을 머금고 있는 부인 손씨의 밝은 표정이 주된 이유인 듯 했다. 꽃에 물을 갈아주고 무거운 짐을 묵묵히 나르는 남편 김씨는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40년 동안 장사를 했는데 그동안 돈은 많이 벌었는지 물었다. 부인 손씨는 손을 내저으며 옛말에 딸자식 시집보내면 집안 기둥뿌리가 빠진다는 말이 있지요? 우리 집에 딸만 넷입니다. 둘은 시집을 갔지만 아직 둘이 남았습니다. 그러니 부지런히 벌어야지요. 흐흐

 

 

 

 

 

 

 

 

 

 

 

 

 

 

 

 

 수십 년을 한결같이 해오고 있지만 새벽 3시에 출근하는 일은 부부에게 여전히 힘든 점이다. 더군다나 화훼농가에서 꽃이 들어오는 날에는 더 일찍 나와야한다. 그래서 손님이 뜸한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토막잠으로 부족한 수면을 해결한다. 손님이 많은 비결을 물었다. “상태가 안 좋은 꽃은 안 좋다고 미리 얘기를 해줍니다. 장사라는 게 너무 정직해도 안 되는데 40년 동안 그게 안 되네요...” 매장에 있는 꽃 중에서 어떤 꽃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이 꽃은 이대로 예쁘고, 저 꽃은 저대로 예쁘지요. 항상 봐도 지겹지 않은 게 바로 꽃입니다. ㅎㅎ부부가 팔고 있는 것은 예쁜 웃음꽃이었다. 꽃시장은 일요일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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